<다섯 번째 흉추> 의사소통 불능의 상황에 등장한 곰팡이 꽃

<5번째 흉추>의 주인공은 ” 더러운 지워지지 않는 곰팡이”이다.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 곰팡이에서 태어난 수수께끼의 생명체이다.생명체는 척추를 강탈한다.사람들의 척추를 하나씩 꺼내고 모아 점차 인간의 형태를 갖춘다.이게 무슨 말인가.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5번째 흉추>에서는 예사로 일어난다.영화는 생명체가 탄생한다 538일 전에 시작되면서 그가 태어난 484,498일 만에 끝난다.단순한 일대기를 넘는 이 여정은 연인들의 깊은 감정 노동자들의 피로, 서울과 경기도의 풍경을 두루 망라한다.독특한 스타일로 공포와 로맨스의 정서를 종횡무진하는 동안 영화에 고인 것은 의외로 기묘한 슬픔.상대방과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이다.<5번째 흉추>는 처음부터 인물이 어긋나는 순간을 그린다.두 사람의 용기들 운전수가 건물 앞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재촉하다 화를 낸다.짐을 운반한다며 기사를 부른 사람이 하필이면 약속 시간에 늦은 것 같다.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떠나자 골목의 끝에서 교루(문·혜인)가 달린다.불과 3초 차로 그들은 만날 수 없다.그리고 그 일그러진 자리에 꽤 괜찮은 모습의 매트리스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다.여기가 바로 곰팡이가 태어나서 머물게 되는 서식지이다.

곰팡이는 결과 그녀의 애인 윤(햄·석영)의 자취방에서 처음 핀다.나뭇결의 좁은 방에 들여온 매트리스는 방이 점점 수라장이 되어 가는 동안 조용히 희고 푸른 균을 키운다.결과 자신이 보통의 연인들처럼 좋은 날과 미운 날을 번갈아 보내고 마침내 싸울 때, 북받치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교루이 ” 죽는다!”라는 무서운 말을 내뱉을 때, 곰팡이는 처음 목숨을 얻는다.감독의 말을 빌리면 이 생명체의 인생은 “저주에서 시작된 “것이다.정말 신기한 것은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다.다만 얼룩 정도에 불과하던 곰팡이는 어느새 긴 촉수에 자라 사람의 몸을 만지는 상황에 이른다.촉수는 매트리스의 근처에 있는 인간의 척추를 마치 과일을 따듯 쥔다.그러자 점차 불어나는 무엇이 된다.그 뒤 드디어 내장 기관 같은 것까지 생긴다.이 이상한 생명체를 보고 중얼거리는 수밖에 없다.아니 언제 이렇게 컸지?감독은 자취방의 벽에서 자란 곰팡이를 보고말을 떠올렸다.그때 그 곰팡이는 과연 무엇을 먹고 그렇게 자랐을까.<5번째 흉추>의 생명체는 사랑, 증오, 분노, 질투, 연민, 아름다움과 척추를 양분으로 자란다.

생명체가 조금 커지면서 만나는 인물들의 면면은 다양하다.재잘재잘 지껄이는 결은 한강 아래에 묻힌 남의 무수한 비밀을 재게 주변에 관심이 높다.그의 연인 윤은 조금 피하는 성격이다.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깊이 잠들어 버린다.그래서 어쩌면 두 사람의 이별은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교루가 윤을 떠나면 생명체는 윤의 척추 뼈 하나를 빼앗는다.최초의 척추 강탈이다.희미한 시야와 숨결을 얻은 생명체는 곧 매트리스와 함께 거리에 버린다.그리고 잠시 시간을 만들고 담배를 피우는 공장 노동자들의 척추를 쭉쭉 뽑다.매트리스 다음의 행선지는 휘황찬란한 러브 모텔.비를 급히 모텔에 들어온 사실은 헤어지기 직전의 연인 유루(·노정연)와 준(정·수민)이 다음 희생자이다.단호히 헤어지자고 해유루 그런 상황이 안타까울 준.그들은 한때 정말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만드는 슬픔을 보인다.어쨌든 결국 침대에 나란히 누운 그 커플은 곧 척추를 빼앗기다.상당수의 척추를 모은 생명체는 미숙하면서도 대화도 시도한다.신음 소리를 내지만 병상에 누운 솔(김·이에나)는 놀랍게도 그의 말을 이해한다.서울과의 만남 이후에도 생명체는 매트리스와 함께 서울 각지를 떠돌다.누군가가 매트리스를 버리면 또 누군가가 데리고 간다.그 동안 거리를 떠도는 청순한 애인과 피로에 지친 배달원, 기타 다양한 사람들이 등골을 빼앗기다.

모르는 사이에 척추를 잃은 사람들 사이에는 희미하게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타인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결국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당신과 나 사이에 완전한 의사 소통은 도대체 가능한 것일까?애당초 잘못된 질문이다.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 많은 연인들은 왜 그렇게 눈물과 욕을 뿌리면서 헤어진 것일까.어쩌면 영화 속에 넘치는 극단적 클로즈 업은 그렇게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영화만의 말할지도 모른다.얼굴 전체가 화면에 안정적인 경우와 달리 프레임에 입술과 치아만 빠질 정도로 극단적 클로즈 업은 반응과 응답의 샷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통상의 사이즈를 벗어난 샷이 관습적인 편집 규칙에서 일종의 자유를 얻는 셈이다.어쨌든 여기에서 소통과 대화는 불가능하다.<5번째 흉추>은 소통 불능의 상황을 매트리스와 곰팡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특유의 촬영, 편집에서 직면하고 보자.영화는 그런 상황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그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치를 찾는 방식으로 동력을 얻는다.머지, 서기 3328년까지 계속된다.<5번째 흉추>은 물론 매우 낯설게 보이는 영화이나 사실은 낯익은 여지도 얼마든지 있는 작품이다.피, 점액질, 근육, 피부의 혼합물 같은 기묘한 생명체는 우리가 과거 데이비드·쿠로 넨바구의 『 비디오 드롬 』(1983)과 존·카펜터의 『 괴물 』(1982)등에서 지켜본 괴생명체와 매우 비슷하다.인간이 인간이 아니라 존재에 무언가를 빼앗기운동성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은 “개념을 빼앗았다”우주인이 등장하는 쿠로사와 키요시의<산책하는 침략자>(2018)를 연상시킨다.영화의 기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지만 마치 외계로부터 들려오는 같은 사운드 트랙은 신디사이저 음악가로 유명한 토미 타이 사오 작업을 한꺼번에 떠올리게 한다.물론<5번째 흉추>은 이 다양한 요소를 마음껏 조합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낸다.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출자를 매혹시킨 여러가지 레퍼런스의 놀이터 같은 이 독특한 작품은 영화, 조형 예술, 비디오 아트를 전공하고<현금 백>(2019),<갓스 스핏>(2020)등의 단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세영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다.

다섯 번째 흉추 감독 박세영 출연 문해인, 함석영, 온정연, 홍승기, 김예나, 전수민, 박지현 개봉 2023.08.02.

다섯 번째 흉추 감독 박세영 출연 문해인, 함석영, 온정연, 홍승기, 김예나, 전수민, 박지현 개봉 2023.08.02.

리버스 reversemedia.co.kr 그루슨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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